청년 주거난의 진짜 원인: 고령자 때문일까, 제도 때문일까? (청년 주거난, 고령자 주택보유, 대출 규제, 부동산 정책)

최근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집을 못 사는 이유로 고령자의 ‘주택 점유’를 지목하고 있다. “노인들이 도심의 집을 팔지 않으니 청년들이 진입하지 못한다”는 논리가 반복되고 있다. 과연 이것이 사실일까? 본 글에서는 통계와 제도를 바탕으로, 청년 주거난의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누구를 향해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깊이 있게 분석한다.

어르신과 청년가족

청년 주거난의 현실: 서울은 더 이상 꿈의 무대가 아니다

청년 주거난은 더 이상 뉴스에서나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청년층(20~39세)의 서울 정착률은 매년 감소하고 있으며, 통계청 ‘인구이동 조사’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서울에서 경기, 인천, 충청 등으로 이동하는 청년층 인구는 연간 18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단순히 지방으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서울에서 더는 살 수 없다”는 절망 속에서 선택하는 탈서울이다.

청년층의 주거난은 크게 세 가지 문제로 나뉜다. 첫째, 높은 전·월세 수준이다. 둘째, 청약 기회는 사실상 1주택자 혹은 유주택 실수요자 위주로 짜여 있다. 셋째, 생애 최초 주택 구매를 위한 대출 문턱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2025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4억 원 이상. 청년층 평균 연봉이 3,200만 원 안팎인 상황에서, 자력으로 내 집 마련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은 청년이 '실거주 수요자'라는 사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고령자가 집을 팔지 않아서?” 근거 없는 주장

일부 언론에서는 서울 아파트의 45%가 60대 이상 고령자의 소유라는 점을 들어, “이들이 주택을 매물로 내놓지 않기 때문에 청년층이 집을 못 산다”는 주장을 펼친다. 하지만 이 주장은 실제 부동산 시장의 구조를 단순화해 왜곡한 것이다.

먼저, 고령자 다수가 소유한 주택은 구도심이나 낙후 지역에 있는 경우가 많다. 청년층이 원하는 주택은 교통, 직장 접근성,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핵심 지역 신축’ 혹은 ‘준신축’ 아파트다. 이 둘은 수요층도, 가격도, 매도 의사도 다르다.

또한 고령자의 주택 소유 비율이 높다는 통계는 ‘절대수’ 기준일 뿐이다. 고령 인구 자체가 늘었기 때문에 전체 주택 보유 비율이 올라간 것이지, 이들이 투기적으로 여러 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근거는 없다. 오히려 서울 고령자 중 1가구 1주택 비율은 72% 이상이며, 주택을 자산이자 주거수단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의 주거난을 고령자의 책임으로 돌리는 담론은 세대 간 갈등만 초래하고, 실제 문제의 본질을 가리는 데 악용될 수 있다.

진짜 원인 ①: 대출 규제와 금융 시스템의 비효율

청년들이 내 집 마련에 실패하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금융 접근성이다. 2023년부터 강화된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특히 무주택 청년층에게 가장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일괄 적용
  • 생애 최초 주택구매자도 대출 한도는 4억~5억 제한
  • 비정규직 또는 2년 미만 직장인은 대출 자체가 불가능

이런 규제는 청년층에게 ‘청약 외에는 길이 없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하지만 청약 당첨 확률은 극히 낮고, 소득이 낮은 청년일수록 가점제가 불리하다. 결국 집을 살 수 있는 방법은 없고, 전·월세로 계속 머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금융정책이 고령자에게만 유리하고, 청년층의 실질적인 수요를 무시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청년을 위한 대출 제도를 확대하고, 생애 최초 구매자에 대한 DSR 예외 적용, LTV 상향 등의 실질적인 금융 유연성이 제공돼야 한다.

진짜 원인 ②: 임대차 시장 왜곡과 전월세 불안정

청년 주거 문제의 또 다른 핵심은 임대 시장의 불안정성이다. 2020년 이후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등은 도입 초기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지만, 이제는 임대차 시장을 왜곡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청년층은 이동이 많고, 초기 자본이 부족해 전세보다 월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서울의 평균 월세는 보증금 1,000만 원 기준 80만 원 이상으로, 실질적으로 청년 1인 소득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뿐만 아니라, 임대차 보호법 개정 이후 집주인들이 재계약을 꺼리면서 신규 계약 시 전세금이 한꺼번에 오르는 전세 쇼크’가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청년은 집을 사지도 못하고, 살 집조차 안정적으로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 문제는 ‘노인이 집을 팔지 않아서’가 아니라, 정부가 안정적 임대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해서이다.

계약서

진짜 원인 ③: 청년 주거정책의 단편성과 일관성 부족

정부는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신혼희망타운, 청년월세 지원, 역세권 청년주택 등의 제도를 마련했지만, 실제 체감도는 낮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1. 공급 규모가 너무 작다.
  2. 위치가 도심에서 멀다.
  3. 입주 자격이 까다롭거나, 전용면적이 너무 좁다.

예를 들어, 청년희망주택 중 역세권에 위치한 경우는 10% 미만이며, 대부분은 수도권 외곽 또는 교통 소외지역에 공급된다. 입주까지의 대기 기간도 1년 이상으로 길다.

또한, 정책이 자주 바뀌고, 매년 바우처나 지원금 제도가 변경되다 보니 청년들은 “어차피 기준이 달라져서 못 받는다”는 불신을 갖게 된다.

단기 지원 중심의 정책을 넘어, 청년이 5~10년 단위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중장기 공공주택 모델’이 절실하다.

진짜 원인 ④: 다주택자 감소가 만든 실거래 매물 부족

정부는 2020년 이후 부동산 시장 안정을 이유로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왔다. 종합부동산세 중과, 양도세 중과, 주택담보대출 금지, 취득세 중과 등 다주택자에게 적용된 세금과 금융 규제는 전례 없는 수준이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한국부동산원과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서울의 다주택자 비중은 13% → 7% 이하로 감소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시장 투기 심리를 잡는 데 일정 효과를 줬지만, 장기적으로는 실거래 가능한 매물 감소로 이어졌다.

특히 다주택자 중에는 임대 사업자, 보유 후 매도 대기자, 자녀 명의로 증여를 고려하던 고연령층 등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들의 물량이 시장에서 이탈하면서 ‘중간 가격대의 매물’이 실종됐다.

이런 매물은 다주택자 규제 이후 급감했고, 현재는 ‘뛰는 집값과 줄어든 선택지’ 사이에서 청년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즉, 정부가 투기를 억제한다며 다주택자를 몰아냈지만, 적절한 대체 공급 없이 규제만 가한 결과로 실거래 가능 물건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고령자와 청년, 대립 아닌 공존의 구조 설계가 해법이다

문제를 고령자의 주택 점유로 보는 시각은 정책적 무능을 가리는 손쉬운 책임 전가일 뿐이다. 실상은 청년층에 맞는 주택 공급과 금융 제도의 부재, 임대시장의 구조적 불안정, 그리고 일관되지 못한 주거정책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복합 위기다.

고령층의 주택을 청년에게 넘기게 하려면 강제보다 시장 흐름에 맞는 자발적 순환이 필요하다. 그 해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

  • 고령자 대상 주택연금 활성화로 자연스러운 매물 순환 유도
  • 자녀세대와의 주거공간 분리 시 세제 혜택 부여
  • 청년 대상 생애 최초 LTV 90%까지 확대
  • 역세권 중형 공공주택의 장기 임대 공급

이러한 구조는 세대 갈등을 줄이고, 시장 흐름을 왜곡하지 않으면서도 청년의 주거 안정을 실현할 수 있다.

결론: 청년이 못 사는 건 노인 때문이 아니다

청년 주거난의 본질은 시장에 맞는 정책이 없다는 데 있다. 고령자가 집을 안 팔아서, 혹은 오래 살아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 금융 규제
  • 공급 미스매치
  • 정책 일관성 부재
  • 임대 시장의 구조적 약점

이 4가지가 청년 주거난의 진짜 원인이다.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기보다는, 제도와 시스템의 정비를 통해 공존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청년은 미래이고, 고령자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 함께 살아가는 시민이다. 이 두 세대가 함께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지속가능한 부동산 정책의 출발점이다.

서울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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