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 대란은 왜 반복되는가 ─ 전세급감, 정책규제, 미분양

2025년 서울 전세 시장이 다시 한 번 심각한 품귀 현상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전세 매물은 30% 이상 감소했고, 서울에 남아있던 서민 전세 수요는 경기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공급과 수요의 문제가 아니다. 규제의 역설, 다주택자 감소, 악성 미분양 증가, 착공 저하까지 이어지는 부동산 구조의 복합적 결과다. 특히 루마니아 공산정권 시절 주택 부족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 서울 부동산 시장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월세 계약

🏘️ 1. 서울 전세 품귀의 현실 – 데이터로 보는 ‘매물 절벽’

서울 전세 시장은 수치로만 봐도 위기의 경고음을 명확히 드러낸다. 2023년 12월 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6만 건이 넘었다. 하지만 2025년 12월 2일에는 2.4만 건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는 무려 30.9% 감소라는 통계다.

이는 단순한 이사철 수급 불균형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봐야 한다. 서울 강서구만 해도 상황은 심각하다. 우장산롯데캐슬은 총 1,164세대 규모의 대단지임에도 전세 매물은 단 3건뿐이다.

  • 화곡푸르지오는 총 2,176세대 규모지만, 전세 매물은 고작 7건에 불과하다.
  • 강서힐스테이트 역시 2,603세대의 대단지임에도 현재 전세 매물은 단 10건뿐이다.

전세수급지수 또한 위험 수위를 나타낸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5년 11월 넷째 주 기준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04.4로,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구간이다. 이는 2021년 11월 이후 최고 수치이며, 48개월만에 최고점이다.

전세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42주 연속 상승했고, 지난 1년 동안 2.95% 올랐으며, 2년 전 대비 8.71% 상승했다.

특히 성동구는 12.63%로 서울 내 전세가 상승률 1위를 기록했고, 영등포(12.01%), 송파(11.15%), 용산(11.08%) 등도 뒤를 이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갈수록 줄어든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이미 소진한 이들은 새 전셋집을 찾기가 어렵고, 기존 보증금으로 서울 내 다른 지역에 입주하기도 버겁다. 그 결과 “서울살이 월세 vs 경기권 전세”라는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현실이다.

📉 2. 규제의 역설 – 시장을 ‘막는 정책’이 만든 반작용

2023년 이후 도입된 일련의 정책들은 시장의 심장부를 강타했다. 6·27 대출 규제로 전세대출의 범위가 축소되었고, 10·15 대책에서는 서울 전역이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며 토지거래허가구역까지 확대됐다. 여기에 전세 끼고 매수 시 실거주 2년 의무가 생기며 갭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는 다주택자 퇴출과 투자 억제를 위한 조치였지만, 결과적으로 임대공급을 주도하던 계층을 시장에서 몰아냈다.

  • 다주택자 비율: 2020년 14.5% → 2025년 9.2%
  • 전국 미분양 주택 수: 2022년 31,000호 → 2025년 79,000호 이상

다주택자의 퇴출은 단순한 정책 승리로 보이기 어렵다. 그들이 시장에 공급자로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사라지자 전·월세 매물은 줄고, 임대시장은 혼란을 겪고 있다.

또한 규제 강화는 신규 입주 시 전세보증금을 통한 자금 조달 방식도 봉쇄하며, 전세 매물 공급 경로 자체를 차단했다.

입주 물량도 크게 줄었다. 2025년 1분기 서울 입주 예정 아파트 수는 약 1,400가구로, 2024년 4분기(1.2만 가구) 대비 88% 급감한 수치다.

🏗️ 3. 루마니아 사례와의 비교 – ‘정책이 만든 주거 위기’

1980년대 루마니아 공산 정권 시절, ‘부동산은 통제 대상’이라는 철학 아래 국가 주도로 주거정책이 추진됐다. 기존 주택은 철거되고, 신축 공동주택이 공급됐지만 그 수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 결과 한 가구에 2세대 이상이 강제로 함께 사는 주거 과밀이 일상화됐다. 개인의 주택 선택권은 사라졌고, 시장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늘날 서울은 전혀 다른 체제를 가진 도시지만, 주거 정책 실패가 초래하는 구조적 위기라는 측면에서 매우 닮아 있다.

서울 내 중산층 이하 가구는 점점 더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으며, 한 집에 부모 + 자녀 + 자녀 가족이 함께 살아야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계약갱신청구권을 소진한 세입자들이 더 이상 서울에서 재계약이 어려워져 가족 단위 탈서울이 현실화되고 있다.

루마니아는 이후에도 주거 불안정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20년 넘게 지속되었고, 이는 정책 실패의 뚜렷한 사례로 남았다. 서울 역시 공급 없는 규제 중심의 정책이 계속된다면, 루마니아식 주거 위기를 닮아갈 수 있다.

집 위에 남자

📊 4. 악성 미분양과 착공 저하 – 시장 붕괴의 악순환

공급 측면에서도 위기의 조짐은 뚜렷하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강화는 분양 시장의 수요를 위축시켰고, 미분양은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 악성 미분양 주택 수: 2022년 9월 약 31,000호 → 2025년 11월 79,000호 이상
  • 서울 아파트 착공 건수: 2021년 대비 –37% 감소

공급을 늘리려면 착공이 시작되어야 하고, 착공은 미분양이 줄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현 상황은 규제로 인해 수요가 억제되며 착공 의욕이 꺾이고 있는 악순환이다.

이는 향후 2~3년 뒤 입주 물량 감소로 연결되고, 전세 대란은 구조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이미 “전세 사라짐월세 전환월세도 오름 매매까지 영향”이라는 흐름을 우려하고 있다. 가격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선택지가 사라지는 것이 더 큰 문제다.

🧩 결론 – 전세난은 현상이 아니라 구조다

전세난은 이제 반복되는 계절 뉴스가 아니다. 이는 명백한 구조의 실패다.

  • 정책 중심의 규제: 수요를 억제했지만 공급도 차단
  • 다주택자 퇴출: 공급자 축소
  • 착공 감소: 미래 입주물량 급감
  • 미분양 증가: 신규 분양 위축
  • 시장 왜곡: 수요는 여전한데 매물은 사라짐

서울의 부동산 시장은 지금 전세난이 매매시장까지 번지는 전조를 보이고 있다. 단순한 규제로는 이 고리를 끊을 수 없다. 전세 매물 공급 경로를 복원하고, 착공과 분양을 유도하며, 시장 기능을 회복시키는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건설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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