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인상, 전월세 상승으로 이어질까? — 정부와 전문가가 놓치고 있는 현실

■ 보유세 인상, 누가 결국 그 비용을 지불할까?

최근 정부가 다시금 ‘보유세 카드’를 꺼내들었다.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고위 정책 당국자들이 앞다투어 보유세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비롯해 경제부총리까지 나서 “보유세가 낮은 것은 사실”이라며 세제 개편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 발언들에서 공통적으로 빠진 것이 있다. 바로 보유세 인상이 실제로 누구에게 전가되는가에 대한 현실적 시각이다.

보유세가 오른다고 해서 집주인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세금은 시장 논리를 타고 결국 ‘가격’에 반영되며, 가장 약한 고리인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구조로 작동한다. 즉, 보유세 인상 → 임대료 상승이라는 공식이 성립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추론이 아니라 실제 연구와 시장 통계가 증명하는 사실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10% 오르면 전세 가격은 1~1.3%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가격 보유세 증가임대료 반영이라는 구조적 연결 고리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지금은 전세의 월세화가 구조적으로 고착되는 시점이다. 전세대출 규제, 입주물량 감소, 갱신계약 증가로 인해 전세 공급은 급감하고 있으며, 월세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보유세까지 인상되면, 임대료 상승 압력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다.

부동산 가격 상승

■ 정부 고위 당국자의 발언, 현실을 제대로 반영했나?

정책실장과 경제부총리의 발언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논리는 미국과의 비교다. “미국은 보유세가 연 1%인데 우리는 낮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는 정책 수단만 비교하고 정책 환경은 무시한 위험한 단순화다.

미국은 보유세가 높은 대신 양도소득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고, 공공임대주택이 주거 안전망 역할을 한다. 반면 한국은 보유세, 양도세, 취득세 모두 높은 구조이며, 전월세 시장은 불안정하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미국식 보유세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실거주자 세입자의 부담을 동시에 증폭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금 한국은 이미 전세 → 월세 전환이 본격화된 국면이다. 월세는 매월 고정 지출이기 때문에 보유세 전가 효과가 전세보다 훨씬 빠르고 직접적으로 반영된다.

■ 다주택자는 정말 시장의 핵심 변수인가?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베이비부머 은퇴 시기에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 반발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지만, 이 역시 현재 주택 시장 구조를 충분히 반영한 진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우선 중요한 사실 하나가 있다.

통계청 · 국토교통부 ‘2023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국내 전체 주택 소유자 중 다주택자(2주택 이상) 비율은 약 7.8% 수준에 불과하다. 3주택 이상 보유자는 약 2% 내외다.

즉, 지금 시장에서 다주택자는 이미 소수 집단으로 축소된 상황이다. 보유세를 아무리 올려도 이들이 매물을 대거 내놓아 시장을 뒤흔들 가능성은 극히 제한적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1주택자들의 선택지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점이다. 집을 팔아도 갈 곳이 없다. 전세는 부족하고, 월세는 비싸며, 신규 분양은 대출 규제로 접근 자체가 어려워졌다. 이 상황에서 1주택자는 ‘보유세 인상 → 매도’라는 선택을 하기 어렵다.

■ 과거 사례가 말해주는 정책의 결과

문재인 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 강화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이 본격화되었을 때를 떠올려보자. 당시 정책의 목표 역시 “다주택자 매도 유도”였지만, 실제 결과는 정반대였다.

  • 매물 감소
  • 전세가격 급등
  • 월세 비중 급증
  • 실수요자의 주거비 부담 폭증

양도세를 잠시 완화했던 2021년 일부 기간 동안만 일시적으로 매물이 늘었을 뿐, 전반적인 공급 구조 자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이는 세금 정책이 시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부동산 가격

■ 지금 정책이 놓치고 있는 세 가지 핵심

1. 보유세는 결국 전월세로 전가된다

보유세는 임대인의 원가이며, 이 원가는 결국 가격에 반영된다. 세입자는 이를 피할 수 없는 구조에 놓인다.

2. 다주택자는 이미 시장의 소수가 됐다

다주택자 비율 7.8%라는 통계는, 보유세 인상만으로 매물 폭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3. 1주택자는 팔고 갈 곳이 없다

전세 부족, 월세 부담, 대출 규제로 인해 주거 이동이 막힌 상황에서 보유세 인상은 실수요자를 더 옥죄는 결과가 된다.

■ 바람직한 정책 방향은 무엇인가?

지금 필요한 것은 보유세 인상이라는 단일 카드가 아니다. 전세 시장 안정, 월세 상한 관리, 임대 공급 확대, 대출 구조 정상화가 함께 병행되지 않으면, 보유세 인상은 결국 서민 주거비 폭등이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특히 장기 실거주 1주택자와 고령층에 대해서는 소득 대비 보유세 부담을 반드시 고려한 차등 과세 구조가 필요하다.

■ 결론

보유세 인상이 집값을 잡고 시장을 정상화할 것이라는 기대는 이미 여러 차례 현실에서 부정되었다. 지금의 시장은 다주택자가 집을 쌓아두던 과거의 시장이 아니라, 공급 부족 대출 규제, 임대료 급등이 동시에 작동 중인 전혀 다른 구조다.

그럼에도 과거의 해법을 그대로 다시 꺼내 든다면, 그 결과 역시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부담은 다시 서민과 무주택자, 그리고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세금은 조정 수단일 수는 있지만, 주거 안정을 해치는 정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재명 정부 부동산 일타강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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