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 보호”가 정말 지금 시장을 살리고 있을까

요즘 부동산 기사들을 보다 보면 “계속되는 규제 정책 때문에 무주택자만 잡는다”는 표현이 자주 보인다. 그리고 거의 빠지지 않고 따라붙는 해법이 있다. “실수요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을 볼 때마다 나는 고개가 끄덕여지기보다는, 오히려 더 헷갈린다. 과연 지금 시장에서 정말 보호받아야 할 대상은 누구이고, 무엇을 보호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부동산 입지

집이 없어서 못 사는 걸까, 조건이 안 맞아서 안 사는 걸까

내가 느끼기에 요즘 시장에서 사람들이 집을 안 사는 가장 큰 이유는 “집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살고 싶은 집이 없어서”에 더 가깝다. 직장과의 거리, 교통, 생활 인프라, 학군 같은 요소들이 맞지 않으면,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도 선뜻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입지가 떨어지는 주택들은 자산 가치가 낮아 보이고, 거래도 잘 안 된다. 하지만 그게 쓸모없는 집이라는 뜻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충분히 거주 가능한 공간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임대 공급의 중요한 축이었다.

그 역할을 누가 해 왔는지 돌아보면

과거에는 이런 주택들을 다주택자들이 매수해서 전월세로 공급하는 구조가 있었다. 덕분에 무주택자들은 굳이 무리해서 집을 사지 않아도, 필요한 기간만큼 살다가 직장 이동이나 상황 변화에 맞춰 이사를 할 수 있었다. 이 구조는 완벽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시장 안에서 “살 집”과 “살 사람”을 연결하는 기능은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 연결 고리가 많이 끊어진 느낌이다.

아직도 미분양이 있다는 사실이 주는 힌트

지금도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어느 정도 남아 있다는 걸 보면, 단순히 “집이 모자라서”만 문제가 생긴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집은 있는데, 들어갈 사람이 없거나, 들어가기엔 조건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책은 이 미묘한 차이를 잘 반영하지 못하고, “집을 더 못 사게 만드는 쪽”으로만 계속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토허제가 만드는 또 다른 막힘

토지거래허가구역 같은 제도도 마찬가지다. 갭투자를 막겠다는 취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던 저가 매물들까지 같이 막혀버리는 효과가 생긴다. 전월세가 끼어 있는 주택,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주택들은 아예 시장에 나오기 어려워지고, 실거래가가 즉각 반영되지 않으니 가격 조정도 느리게 일어난다. 그 결과, 가격이 내려와도 체감할 수 있는 물건은 잘 안 보이는 구조가 된다. 싸게 살 수 있는 물건이 없어진다기보다는, 싸게 살 기회가 아예 차단되는 느낌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보호”라는 말이 오히려 불안하다

실수요자 보호”라는 말은 듣기엔 좋지만, 실제로는 실수요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을 줄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보호를 명분으로 한 규제가 쌓일수록, 시장은 단순해지고, 선택지는 줄고, 움직임은 둔해진다. 결국 남는 건 “가격은 억눌렸지만, 살 수 있는 집은 없는” 이상한 시장이다. 나는 우리가 원했던 게 이런 모습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시장을 멈추는 보호보다, 시장이 작동하게 하는 보호가 필요하다

실수요자를 보호한다는 게 꼭 매수 자체를 막는 것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다양한 가격대, 다양한 입지, 다양한 형태의 주택이 자연스럽게 거래되고 이동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더 큰 보호일 수도 있다. 지금처럼 모든 걸 막아서 지키는 방식이 아니라, 시장이 스스로 숨 쉴 수 있게 만들어주는 보호. 나는 지금 시장에 필요한 건 그런 방향에 더 가깝지 않나 싶다.
매수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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