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세값이 다시 오르면서 세입자들이
갱신청구권을 많이 쓴다는 기사를 봤다. 절반 가까운 세입자가 계약을 연장했다는 식의 내용이었는데, 이걸 보면서 마음이 편해지기보다는 오히려 좀 불안해졌다. 정말 이게 최선의 선택일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갱신은 편하지만, 그게 항상 안전한 건 아닐 수도 있다
갱신청구권은 분명히 세입자에게 중요한 안전장치다. 갑자기 전세금이 크게 오르거나, 집주인이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나오는 상황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단기적으로 보면 “
일단 2년은 편하다”라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2년이 그냥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주거 환경,
공급 상황,
금융 상황은 계속 바뀐다. 특히 지금처럼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국면에서는 이 2년이 나중에 훨씬 비싼 대가로 돌아올 수도 있다.
지금은 오히려 준비해야 할 구간처럼 보인다
내가 불안하게 느끼는 이유는 단순하다. 2026년 이후로 입주 물량이 줄어든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고, 다주택자 정리도 어느 정도 끝나가면서 시장에 나오는
매물 자체가 줄어드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 수요는 줄기보다는 오히려 더 버텨야 하는 구조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즉, 지금은 “
피할 수 있는 상승을 피했다”기보다는 “
상승을 잠시 미뤘다”에 더 가깝지 않나 싶다. 당장은 갱신으로 방어가 되지만, 2년 뒤에는 더 큰 폭으로 오르거나 선택지가 더 적어질 수도 있다.
갱신이 문제라기보다는, 준비 없는 갱신이 문제다
나는 갱신청구권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
어차피 2년은 괜찮겠지”라는 마음으로 아무 준비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위험하다고 느낀다.
그 2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자금 계획을 세우거나, 지역을 바꿀지 고민하거나,
매매로 넘어갈지 전세를 유지할지 방향을 정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고민 없이 그냥 시간을 보내버리면, 2년 뒤에는 선택지가 더 줄어든 상태에서 더 나쁜 조건을 받아들여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주거는 타이밍보다 방향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늘 “
지금이 바닥이다”, “
지금이 고점이다” 같은 타이밍을 찾으려고 한다. 그런데 적어도 주거 문제만큼은 타이밍보다 방향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어디서 살고 싶은지,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가 먼저 정리돼야 한다.
그 방향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갱신은 그냥 문제를 뒤로 미루는 선택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방향이 정해져 있다면, 갱신은 시간을 벌기 위한 좋은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갱신 열풍이 조금 걱정스럽다
요즘 기사에서 보이는 “
갱신청구권 사용 증가”라는 현상이, 개인들에게는 안전해 보이지만 시장 전체로 보면 또 다른 불안을 쌓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 같이 움직이면 다 같이 같은 벽에 부딪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건 갱신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그 2년을 어떻게 쓰느냐다. 편하게 보내느냐, 준비하는 시간으로 쓰느냐. 그 차이가
2년 뒤의 체감 격차를 아주 크게 만들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