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주택 매도 유도? 도시 미래를 위해 진짜 필요한 정책은 따로 있다 (주택연금, 귀농귀촌 실패, 노인복지, 세대 갈등 현실 분석)

최근 한 경제지의 칼럼이 논란이 되었다. 서울 도심의 아파트를 고령층이 다수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외곽으로 이주하고 주택을 매도해야 청년 세대가 진입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해당 기사는 정책적으로 세제 혜택을 줄이고, 고령층에게 이주 유인을 주어야 서울이 ‘노인 도시’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상당히 일방적이고 위험한 접근이다. 본문에서는 이러한 주장에 내포된 문제점과 함께, 과거 귀농귀촌 정책의 실패 사례, 대안적 시각으로서 주택연금의 역할, 그리고 인도적인 도시 정책의 방향을 다각도로 짚어본다.

노인 부부

서울, ‘노인만 남는 도시’가 문제인가?

최근 한 경제지 칼럼은 "고령자의 주택 매도를 유도해야 서울이 노인 도시가 되는 걸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기사에서는 서울 아파트의 45.5%가 60대 이상 고령층 소유이고, 청년의 비중은 9.1%에 불과하다는 수치를 근거로 들며, 장기보유 공제 축소, 양도세 인하 등으로 노인의 주택 매도를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상당히 편협한 시각에서 출발한 것이며 세대 갈등의 요인이 될 수밖에 없는 주장이다. 단지 주택 보유 연령 비중만으로 '도시 기능이 마비된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이며, 청년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특정 세대를 ‘내쫓아야’ 한다는 접근은 심각한 세대 갈등을 부를 수 있다. 더욱이 ‘노인만 가득한 도시’라는 표현은 사회적으로도 문제적 시각이다. 고령자는 도시 사회의 구성원이자, 다층적인 소비자이며, 복지 정책의 핵심 대상이다. 도시를 청년 중심으로만 설계하려는 시도는 자칫 복지국가가 놓치지 말아야 할 공동체 철학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

‘고령자 매도 유도론’의 허점: 주거는 자산이자 생존의 기반이다

많은 고령자에게 ‘주택’은 단순한 재산이 아니다. 평생의 삶의 터전이자, 은퇴 후에도 거주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 그리고 노후소득이 거의 없는 현실 속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자산이다. 현재 한국의 고령층 상당수는 국민연금 외에 별다른 소득이 없으며, 2025년 기준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률 1위(약 38%)를 기록하고 있다. 노인 자살률 또한 10만 명당 47.8명으로 전 세계 최상위권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집값 때문에 젊은 세대가 밀려나고 있으니, 고령자는 집을 팔고 외곽으로 나가야 한다”는 주장은 사회 구조의 본질적 문제는 그대로 둔 채 가장 약한 고리를 희생양으로 삼는 방식이다. 이는 청년 세대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령층이 빠져나간다고 해도, 도심 주택의 가격이 청년의 소득 수준에 맞게 낮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정책적 접근은 청년의 구매력 향상 공공 주택 공급 확대, 금융 유연성 제공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명박 정부 귀농귀촌 정책 실패: 이주가 해답이 될 수 없는 이유

2008년 이후 이명박 정부는 수도권 집중 완화를 위해 귀농귀촌 정책을 본격 추진했다. 특히 고령층 은퇴자를 중심으로 "농촌에서의 삶이 여유롭고 건강하다"는 메시지를 강화해 이주를 장려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땠을까? - 2015년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귀농귀촌 이주자의 약 40%가 3년 내 도시로 복귀 주요 사유는 

 - 의료 접근성 부족 

 - 대중교통 미비 

 - 지역 공동체와 단절 

 - 고립감으로 인한 정신 건강 악화 특히 고령자일수록 농촌 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웠고, 이들 중 일부는 정신질환 및 자살 위험이 높아졌다는 보고까지 있었다. 즉, 단순히 ‘외곽으로 가라’는 유도 정책은 과거에도 실패했고, 지금도 거주자 중심적이지 않은 접근이다. 이전 실패에서 배워야 한다. 사람은 물건이 아니다. 주택정책은 사람 중심이어야 한다.

서울 도심이 고령자에게 중요한 이유

고령자들이 서울 도심에 거주하려는 이유는 명확하다. 병원, 약국, 교통망, 편의시설, 돌봄서비스, 커뮤니티 등 대부분의 인프라가 도심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프라를 떠나 외곽으로 가라는 것은 단순히 자산의 이전이 아니라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조치가 될 수 있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고령자 10명 중 8명은 “현재 거주 지역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다. 또한 65세 이상 1인 가구의 경우 도심 생활 편의성 저하가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이 2배 이상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고령자가 살기 어려운 도시는, 결국 모든 세대에게 살기 불편한 도시가 된다. 그리고 그러한 도시는 슬럼화가 되거나 황폐화가 될 수밖에 없다.

‘주택연금’은 세대갈등 없는 자산 순환 해법

고령자의 주택 보유 문제에 대한 현실적이면서도 인도적인 해결책은 바로 주택연금이다. 주택연금은 고령자가 보유한 주택을 담보로 거주하면서 일정 금액의 연금을 지급받는 제도로, 집을 팔지 않아도 소득을 확보할 수 있으며 사망 후에는 주택이 자동으로 시장에 나와 회수된다. 2025년 기준 가입자 수: 약 13만 명 

- 평균 월 수령액: 123만 원 

- 평균 주택 평가액: 약 4.2억 원 

이 제도는 

- 노인의 주거 안정을 보장하면서

- 자산의 자연스러운 시장 회전을 유도하고

- 양도소득세 부담 없이 연금 수령이 가능해 노인과 청년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구조다. 정부는 이 제도를 더 확대해야 한다. 특히 

- 가입 연령을 55세로 하향 조정하고 

- 수령금 상향 

- 상속세 일부 감면 등 유인책을 도입하면 고령층이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다.

할아버지와 손주들

외곽으로 보내기보단, 외곽을 바꿔야 한다

만약 주택 순환을 위해 도심 외곽 거주를 유도하려면 그 외곽에는 도심 못지않은 의료·교통·복지·문화 인프라가 마련돼 있어야 한다. 지금의 외곽 지역은 

- 병원 접근 어려움 

- 버스 배차 간격 30분 이상 

- 치안 불안 

- 고립된 생활환경 이런 곳에 고령자를 보내면 삶의 질이 추락하는 것을 넘어서 우울증, 질병, 고독사 등 사회적 비용이 폭증하게 된다. 실제로 서울 주변 경기도 일부 도시에서는 고령자의 강제 이주 이후 지역 내 정신건강센터 및 방문 간호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므로 무작정 이주를 해야한다는 기사 등으로 공론화할 게 아니라 노인들이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방안을 적는 게 더 올바른 기사가 아닐까 싶다.

세대 갈등 조장보다 공존을 위한 설계가 필요하다

노인이 집을 안 팔아서 청년이 서울을 떠난다”는 논리는 정책의 본질을 오도할 뿐 아니라, 세대 간 감정의 골을 깊게 만들 수 있다. 청년이 집을 사기 어려운 이유는 

- 불안정한 일자리 

- 과도한 전세/매매가 

- 대출 규제 

- 과도한 세금 이다. 

이는 노인의 주택 보유와는 별개의 구조 문제다. 

 정부는 청년층을 위한 

- 신혼희망타운 확대 

- 생애 최초 대출 완화 

- 월세 세액공제 확대 와 같은 정책으로 접근해야 하며, 

노인층은 주택연금 등으로 자발적인 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론: ‘내보내기’가 아닌 ‘함께 살기’가 도시 정책의 답이다

고령자는 우리 사회의 역사와 경험이 담긴 존재다. 그들이 거주하는 공간은 삶의 결과이며, 단지 자산 가치로만 다룰 수 없다. 도시 정책의 목적은 ‘효율’이 아니라 공존이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고령자를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청년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도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 시작은 - 주택연금 확대 - 도심 내 노인복지 시설 확충 - 외곽지역 인프라 개선 - 무장애 주거 환경 확대 이다. 서울은 모든 세대가 존중받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노인의 삶을 배제하지 않고도 청년의 삶을 설계할 수 있다.

조부모부터 손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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