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화되는 월세 대란: 공급자 실종 시대, 무주택자들의 전쟁이 시작됐다
장기임대사업자의 이탈, 임대차 3법 종료, 공공임대 공급 지연 속에서 전월세 시장의 구조가 급변하고 있다. 2026년을 기점으로 전세에서 월세로의 폭등 전환이 현실화될 전망이며, 특히 학군지 중심으로 가격 경쟁이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1. 2+2 계약갱신청구권 종료, 월세 대란의 시계는 이미 작동 중
2020년 7월 도입된 임대차 3법의 핵심 중 하나였던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 보호를 목표로 설계되었다. 그러나 그 보호 장치가 만든 ‘시차 폭탄’이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터지기 시작한다. 계약갱신청구권은 한 번의 2년 연장만을 허용하기 때문에, 처음 계약한 세입자들은 최대 4년 거주 후 이사를 하거나 새로운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이 법이 시행된 2020년 7~8월 체결된 첫 계약들은 2024년 하반기부터 차례대로 종료되고 있으며, 가장 대규모로 몰리는 시점은 2026년 상반기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갱신된 계약들이 2022년~2023년에 마무리되는 구조이므로, 계약 종료 수요는 앞으로 매년 수십만 건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주택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계약종료 가구 수는 최소 45만 건으로 추산되며, 이는 사상 최대 규모의 갱신 종료 물량이다.
문제는 이들이 재계약을 시도할 때, 더는 ‘억눌린 가격’이 아니라 시세 반영된 전월세 가격을 만나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전세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 수요가 월세로 전환될 경우, 수요는 폭증하고 공급은 고갈된 상황이 겹쳐지며, 전례 없는 월세 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
2. 학군지 전세 폭등, 장기임대사업자 시대의 종말이 원인
전세시장의 안정성을 지탱해온 큰 축 중 하나는 장기임대사업자 제도였다. 특히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노원구 등 학군 중심 지역에 다수의 임대사업자들이 몰려 있었다. 이들은 장기임대 혜택을 받기 위해 전세 임대를 우선으로 운영했으며, 학군지의 전세가격을 일정 부분 조절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시기 등록임대사업자 제도의 혜택이 줄고,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사실상 제도가 폐지되면서 장기임대사업자들이 순차적으로 시장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등록 임대주택은 전국 166만 호였으나, 2025년 현재 87만 호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특히 서울 강남 3구에서는 2019년 등록 비중이 8.4%였던 반면, 2024년에는 2.7%로 급락했다.
이탈한 임대주택은 두 가지 경로를 밟는다. 하나는 매각, 다른 하나는 자녀나 본인의 실거주 전환이다. 이 중 상당수는 실거주 전환으로 귀결되며, 시장에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공급은 줄고, 수요는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증가하게 되어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
서초구 메이플자이 전세가 4개월 만에 5억 원 폭등한 사례는 단순한 학군 수요가 아니라, 공급 붕괴가 주 원인이다. 해당 단지는 2024년 6월 입주 당시 14억 원대에서 전세가 형성됐으나, 불과 4개월 후인 2024년 10월에는 19억 원 거래가 성사되었고, 현재 호가는 21억 원이다. 인근 ‘서초래미안’은 342세대 중 전월세 물건이 단 8가구뿐이다. 이마저도 일부는 대기 명단이 존재할 정도다.
3. ‘갭투자’ 사라진 자리, 전세 공급은 무너졌다
과거 ‘갭투자’는 한국 전세 공급의 주요 기둥이었다. 보증금을 레버리지로 활용해 매입한 뒤 다시 전세를 놓는 방식은 비판도 많았지만, 전세 공급이라는 구조적 기능을 수행해왔다. 갭투자가 활발했던 시기에는 서울 수도권 전세 매물이 일정 수준 유지되었고, 전세가율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임대차 3법, 다주택 중과세, 보유세 강화, 양도세 폭탄,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해 갭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 전세사기 대응책의 일환으로 보증보험 가입 제한(공시가 126% 룰)까지 적용되면서 전세 매물은 급격히 사라졌다.
KB부동산에 따르면 2020년 대비 2024년 기준 서울의 갭투자 비중은 -74% 감소, 경기 남부는 -82%, 경기 북부는 -79%까지 급락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전세 시장에 실질적인 ‘공급 붕괴’로 작용한다.
특히 갭투자가 줄어든 지역일수록 전세가율이 급등하고 있다. 국토연보에 따르면 2023~2024년 사이 갭투자 이탈이 심한 도봉구, 중랑구, 금천구 등의 전세가 상승률은 35~60% 수준으로 집계되며, 이는 평균을 2~3배 상회한다.
4. 고금리, 고규제, 고공시가... 다주택자의 3중 압박
전세 공급자는 누구인가? 주택을 여유 있게 가진 다주택자들이 전세를 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현재 다주택자들은 전례 없는 3중 규제에 시달리고 있다.
첫째, 금리는 2022년 이후 급등하여 자산 보유의 기회비용이 폭등했다.
둘째, 보유세 및 종부세, 양도세 중과 등 세금 부담은 유지되고 있다.
셋째,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높아져 세금 산정 기준 자체가 상승했다.
서울 강남 기준 2024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약 72% 수준으로 추정된다(한국부동산원). 공시가의 현실화는 세부담과 직결되며, 이는 전세 수익률이 낮은 다주택자들에게는 보유 메리트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결과는 시장 이탈로 이어지며, 그로 인해 다시 공급이 줄고 가격은 오른다.
5. 전세에서 월세로: 구조적 대전환
과거 전세는 한국 특유의 제도였다. 그러나 이 구조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월세 비중은 27%였으나, 2024년에는 47%까지 증가했으며, 2026년에는 50% 돌파가 확실시된다.
이는 단순한 숫자 변화가 아니다. 보증금을 통한 전세 레버리지가 사라지고, 세입자가 매월 현금 유출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소득 수준이 낮은 무주택자들의 주거비 부담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6. 공급 지연되는 공공임대, 대응 속도는 너무 느리다
정부는 공공임대 확대를 말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복정지구, 영종도, 계양, 세종 등 다수의 공공주택지구에서 사업비는 폭등하고, 착공은 지연되고 있다. 복정 C1 블록은 당초 296가구였지만 272가구로 줄었고, 사업비는 20% 증가했다. 영종도 A24 블록은 사업비가 2배 이상 뛰었다.
이러한 현실은 단기적 주거 공급으로 연결되지 못한다. 특히, 공공임대는 학군지와 직주근접성이 떨어지는 외곽에 지어지는 경우가 많아 수요와의 미스매치도 심화되고 있다. 수요자는 강남, 서초, 목동, 성북과 같은 교육 중심지에 몰려 있는데, 공급은 평택, 화성, 인천 등에 집중된다.
7. 결론: 지금 시장은 명백히 경고하고 있다
전월세 시장은 수요 폭발이 아니라 공급 붕괴에서 비롯된 위기를 겪고 있다. 장기임대사업자의 말소, 갭투자의 붕괴, 규제로 인한 다주택자의 이탈, 공공임대 공급 지연까지 모든 요소가 공급 축소라는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되고 있다.
이제는 시장을 억누르는 정책이 아니라, 공급자를 복원하고 구조를 회복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임대사업자의 시장 복귀를 위한 투명한 제도 개편, 세제 인센티브 재정비, 전세제도 보완 및 월세 급등 대비 방안이 절실하다.
월세 대란은 미래형 위기가 아니다. 이미 시작되었고, 그 파급은 점점 확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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