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택 공급의 역설: 늘어난 공사비, 줄어든 가구 수

공공주택 공급 확대가 부딪히고 있는 현실적 장벽, 공사비 급등가구수 감소의 모순, LH 재무 악화공공개발 방식의 한계를 분석하며, 효율적인 주택 공급을 위한 민간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3기 신도시 왕숙 지구

1. 숫자로 드러나는 공공주택 공급 위기

최근 경기도 성남시 복정 공공주택지구 C1 블록에서 벌어진 상황은 지금의 공공주택 사업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2021년 기준 이 사업은 청년·신혼부부 대상 행복주택 296가구를 공급하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2025년 들어 사업비는 982억 원에서 1178억 원으로 20% 이상 증가한 반면, 공급 가구 수는 272가구로 24가구 줄었다. 즉, 공급은 줄고, 비용은 늘었다.

단순한 공정 지연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1가구당 평균 건설비는 2021년 3.31억 원에서 2025년 4.33억 원으로 1억 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추세는 다른 지역 공공주택 사업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인천 영종 A24 블록은 638가구에서 641가구로 소폭 증가했지만 사업비는 1702억 원에서 3757억 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단지 공사비 상승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주택 공급 시스템 자체의 비효율성과 재무 리스크가 누적되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2. 인건비·자재비 급등이 주택 공급의 발목을 잡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4년까지 건설 인건비는 평균 52.8% 상승했다. 특히 최근 3년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공급망 충격 등으로 인해 자재 수급이 불안정해졌고, 인건비도 연간 7% 이상 오르는 폭등세를 보였다.

자재비 역시 마찬가지다. 철근, 시멘트, PVC, 알루미늄 등 주요 자재의 가격은 지난 5년간 30~80% 이상 상승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이 공동 발표한 2024년 자재비 통계에 따르면, 철근은 톤당 72만 원에서 132만 원으로, 시멘트는 1톤당 7.8만 원에서 14.2만 원으로 상승했다.

이런 상승은 단순히 원가만 높인 것이 아니다. 사업 지연공사기간 증가를 초래하며 이자 비용과 간접비용을 폭증시키는 원인이 된다. 공공부문에서 고정 예산으로 운영되는 주택 공급 사업에 있어 이는 치명적이다.

3. LH의 재무 악화와 공공 공급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

공공주택의 핵심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2024년 기준 부채 160조 원, 부채비율 218%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재무 건전성 위기 수준이다. 기획재정부는 2023년까지 208%로 낮추도록 권고했으나, 주택 공급 확대 기조에 따라 이 목표를 232%로 상향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자금 조달 수단인 택지 매각이 중단된 상황에서, LH가 공공주택 사업비 증가를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LH는 택지 매각을 통해 매년 약 5조 원 이상의 수익을 얻었지만, 현재는 해당 수입원이 사라졌다. 정부의 '공공택지 직접 개발' 기조에 따라 민간 매각이 차단되면서, 공급은 지연되고 부채는 가중되는 이중 압박을 받고 있다.

이대로라면 향후 2~3년 내에 공공주택 착공률은 정부 계획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임대 건설


4. ‘공공만이 답’이라는 발상에서 벗어나야 할 때

과거에는 공공주택이 민간보다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공급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현실이 다르다. 민간 기업의 기술력, 설계 효율성, 시장 접근성을 무시하고 공공이 모든 단계를 담당하려는 방식은 구조적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토지 보상 지연, 법적 분쟁, 문화재 발견, 환경평가 지연 등으로 인해 사업이 수년간 지연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전문가들은 공공은 큰 틀에서 사업을 조율하고, 민간이 실행을 담당하는 혼합형 개발모델이 유효하다고 본다.

실제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민관합동개발 모델을 도입해, 민간은 건축 및 시공을 담당하고, 공공은 부지 확보와 임대정책을 통해 주거안정을 도모하는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5. 실행 가능한 공급정책이 필요한 시점

정부가 ‘5년간 135만 가구 공급’을 목표로 한다면, 매년 약 27만 가구를 착공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사업당 평균 비용이 증가하고, LH의 재정이 악화되며, 민간 협업이 없는 구조라면 이 목표는 현실적으로 달성 불가능하다.

또한, 지역별 공공주택의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일부 지역은 수요가 없는 지역에 공공주택을 과잉 배치하고 있고, 정작 공급이 절실한 도심권은 고밀도 개발 규제 등으로 공급이 제한된다.

정책은 구호가 아니라, 실현 가능성과 지속성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공공주택도 예외가 아니다. 민간 협업과 유연한 정책 설계를 통해, 공공의 역할을 전략적으로 재배분해야 한다.

결론: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실행력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공공주택 시스템은 전환점에 서 있다. 가구 수는 줄고, 공사비는 폭등하며, 주택 공급은 늦어지고 있다. LH의 재무 부담은 치명적이고, 정부의 계획은 현실과 괴리를 보이고 있다.

이제는 공공이 모든 것을 담당하는 시대를 넘어서야 한다. 민간과의 협업, 유연한 재정 운영, 장기 임대와 분양형 혼합 정책 등 보다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주택 공급 시스템을 재구성해야 한다.

실행력 없는 목표는 오히려 정책 신뢰를 떨어뜨린다. 공공주택이 진정한 주거 복지의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계획’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구조’가 필요하다.

3기 신도시 왕숙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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