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동산 뉴스나 정책 발표를 보다 보면 “
수도권에 내년에 25만 가구 공급”이라는 말을 자주 본다. 숫자만 보면 뭔가 숨통이 트일 것 같은데, 이상하게 나는 이 말이 전혀 안심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
공급”이라는 단어가 너무 쉽게 쓰이고 있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과거 수도권 공급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던 시기와 비교하면, 이번 25만 가구 계획은 체감상 크게 줄어든 숫자처럼 느껴진다.
공급이라는 말이 실제 입주를 뜻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우선 이 25만 가구가 당장 사람들이 들어가 살 수 있는 집은 아니라는 점부터 마음에 걸린다. 대부분은
사전청약이거나
계획 발표, 혹은 아직
착공도 안 된 단계일 가능성이 크다. 말 그대로 “
눈대중으로 찍어놓은 숫자”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공급이라고 하면 보통 시장에서는 “집이 늘어난다 → 가격이 안정된다”라는 공식이 자동으로 떠오른다. 그런데 실제로는 집이 늘어나는 시점과, 정책이 발표되는 시점 사이에 아주 큰 시간 차이가 있다. 그 사이에 사람들의
기대,
불안,
투기 심리 같은 것들이 먼저 움직여 버린다.
계획은 계획이고, 실제 완공까지는 너무 오래 걸린다
더 현실적인 문제는 공기(공사 기간)다. 요즘 건설 현장 상황을 보면
예전처럼 2~3년 만에 뚝딱 완공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인건비,
자재비,
각종 인허가 문제까지 겹치면서 공사는 점점 길어지고 있다.
그래서 “내년에 25만 가구”라는 말은 사실상 “
4~5년 뒤에나 일부 입주가 가능할 수도 있는 물량”이라는 뜻에 더 가깝다. 그 사이에 경제 상황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고, 정책 방향이 바뀌면 그 계획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보장도 없다.
숫자는 커 보이는데, 체감은 전혀 다르다
정책 발표에서 나오는 숫자는 항상 크다. 10만, 20만, 25만… 듣기만 해도 엄청난 규모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막상 체감해 보면 “내가 살 집이 늘어났나?”라는 질문에는 선뜻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특히 수도권에서 집을 구하는 입장에서는 더 그렇다. 입지가 애매하거나, 교통이 불편하거나, 분양가가 너무 높으면 숫자상 공급이 늘어나도 체감은 거의 없다. 그냥
통계 위에만 집이 지어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 발표가 불안하게 들린다
내가 이 “
25만 가구 공급”이라는 말을 불안하게 느끼는 이유는, 이게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문제를 미루는 방식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
우리는 이렇게 많이 공급할 계획이 있다”는 메시지로 시장을 달래는 동안, 실제로 사람들이 겪는 주거 불안은 그대로 남아 있다.
오히려 이런 발표가 반복될수록 사람들은 더 빨리 움직이려고 하고, 더 조급해지고, 더 무리해서 집을 사거나 계약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공급이 곧 올 거라는 말이 오히려 불안을 자극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나는 숫자보다 시간표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
몇 만 가구”라는 숫자보다 “
언제, 어디에, 어떤 형태로 실제 입주가 가능한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명확하지 않으면 공급이라는 말은 그냥 정치적인 언어에 가깝다.
집은 통계가 아니라 삶의 공간이다. 누군가에게는 결혼이고, 출산이고, 직장 이동이고, 인생의 큰 결정을 포함하는 문제다. 그래서 더더욱 “
계획상 공급”이 아니라 “
체감 가능한 공급”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년 25만 가구 공급이라는 말이 현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분명 있다. 다만 그게 진짜 집이 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그리고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믿어야 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해 보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 숫자를 반가움보다는 경계심으로 바라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