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이 멈추는 이유: 공사비·규제·분담금 구조가 만드는 ‘사업성 붕괴’

왜 지금 재건축 사업이 멈추는가: 핵심은 행정 속도가 아니라 ‘사업성’

최근 여러 언론에서 재건축·재개발이 지연되는 이유를 두고 행정 절차의 병목을 언급하지만, 실제 시장 참여자들의 공통된 결론은 분명하다. 재건축이 멈추는 이유는 속도가 아니라 사업성 붕괴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건축심의 평균 기간은 32일, 정비계획 심의는 84일로 이미 대폭 단축돼 있다. 심의 통과율은 97%에 달한다. 즉, 공공 행정의 속도 문제는 ‘주요 원인’이 아니라는 의미다.

사업이 굼뜨는 이유는 단 하나, 조합원들이 감수한 리스크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인센티브가 계속 줄어드는 구조 때문이다. 재건축은 개념적으로 ‘위험을 감수하고 미래 가치를 확보하는 투자형 사업’이지만, 현재 제도 아래에서는 조합원 부담이 지나치게 커져 사업을 시작할 동기가 약화된다.

재건축

재건축 사업성을 무너뜨리는 5대 요인

① 공사비 폭등: 강남·강북 모두 평당 1,000만 원

5년 전까지만 해도 재건축 공사비는 평당 400만~500만 원이었다. 그러나 2025년 기준 시공사 제시 단가는 강남·강북 가릴 것 없이 800만~1,000만 원까지 급등했다. 이는 불과 5년 사이최대 2배 인상된 수치다.

예를 들어 30평 기준 재건축 조합원 1인당 부담해야 하는 공사비만 약 3억 원 → 6억~9억 원까지 증가한 셈이다. 여기에 금융비용·설계비·용역비까지 포함하면 총 부담액은 더 커진다. 이런 구조에서는 조합원이 사업에 동의하기가 어렵다.

② 분양가 규제(분양가 상한제): 강북은 강남을 이길 수 없다

공사비가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상승하더라도 지역별 분양가가 동일하게 오르지 않는다. 강남은 수요가 충분해 분양가가 어느 정도 오를 수 있지만, 강북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강북 재건축의 사업성은 극도로 낮아진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는 조합원 수익을 가장 크게 제한한다. 예를 들어 건축비가 30평 기준 8억 원이라면 최소 분양가가 이를 따라가야 하나, 상한제로 인해 현실적인 분양가는 5억~6억 원 수준에서 제한될 수 있다. 이때 조합원 1인당 2억~3억 원의 손실(미실현 수익)이 발생하며 사업 자체를 중단하게 만드는 직접 요인이 된다.

③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조합원에게 과도한 부담

재건축 수익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조합원에게 부과되는 재초환 부담금은 1인당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5억 원 이상까지 부과될 수 있다. 서울 일부 단지에서는 1인 평균 부담금3억 원을 넘는 사례가 이미 다수 보고되었다.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임에도, 조합원이 미래에 받을 수 있는 이익이 정부에 의해 먼저 차감된다면 동의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재초환이 존재하는 한 강북은 물론 강남에서도 동의율이 낮아지고 사업이 느려지는 구조가 반복된다.

아파트 건설

④ 이주비·중도금·대출 규제: 사업 추진 불가능 수준의 자금 경색

2024~2025년 정부의 금융 안정 대책 이후, 다주택 조합원의 대출 규제는 상당히 강화됐다. 노량진 등 일부 지역에서는 조합원 중 65%가 다주택자로 보고됐으며, 이들이 대출을 받지 못하면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조합은 이주비를 지급해야 철거를 진행할 수 있는데, 대출이 막히면 조합은 이주비를 지급할 수 없고 조합원도 자금 조달이 불가능해진다. 사업 추진의 핵심인 ‘이주 철거 착공’ 절차가 모두 멈추는 것이다.

⑤ 기부채납·공공기여 확대: 조합원 수익 구조 추가 악화

최근 서울시를 포함한 여러 지자체는 공공기여 확대 방침을 유지하고 있으며, 용적률 상향의 대가로 요구되는 기부채납은 조합원 부담을 더욱 늘린다. 일부 사업에서는 전체 사업비의 10~15%공공기여로 빠져나가는 사례도 있다.

그 결과, 조합원 입장에서는 사업을 통해 얻을 실익보다 부담해야 할 비용이 더 커지고 있어 사업 반대가 늘어나는 것이다.

재건축을 막는 규제가 가져오는 가장 큰 문제: 내수 경제 침체

① 보유세·종부세 인상 → 가계 가처분소득 감소

보유세 인상은 이론적으로 매물 출회를 유도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실제 데이터는 정반대 현상을 보여준다. 2025년 종부세 납부 대상은 54만 명으로 전년 대비 17.3% 증가했지만, 강남·용산 등 핵심 지역에서 매물 증가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시장은 ‘버티기’가 강화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세금 부과 → 집을 파는 것이 아니라 지출을 줄여 버틴다는 선택이 훨씬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가계 가처분 소득이 줄고 내수 소비는 필연적으로 위축된다.

② 실제 데이터로 보는 보유세 인상의 내수 타격

한국은행 소비활동 분석에 따르면 보유세 인상 시 가계는 평균적으로 부동산 자산 유지(매각 회피) → 생활 소비 축소 패턴을 보인다.

  • 보유세 10% 증가 → 내구재 소비 약 2.4% 감소
  • 종부세 인상 이후 50대·60대 소비지출 평균 3~5% 감소
  • 가처분소득 대비 세부담 비중이 5% → 7%로 증가 시 전체 소비는 약 1.3조 원 감소

즉, 보유세 인상은 부자에게만 타격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전체 내수 시장을 타격한다. 특히 한국처럼 내수 비중이 약한 구조에서는 부동산 세금 강화가 경기 하강 압력을 직접적으로 올린다.

결론: 재건축이 멈추는 건 조합원의 ‘탓’이 아니라 제도의 문제다

요약하면 재건축이 멈추는 이유는 명확하다. 조합원이 감수하는 리스크는 커졌고, 보상은 줄었다. 공사비 인상, 분양가 상한제, 재초환, 대출 규제, 기부채납 확대 등 모든 제도가 사업성을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가 주택 공급을 늘리고 주거 불안을 해결하려 한다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조합원의 인센티브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규제를 그대로 두고 행정 절차만 빠르게 하겠다는 접근은 ‘근본 원인’을 건드리지 못한다.

서울 주택 공급의 50% 이상이 정비사업에서 나오는 현실을 고려하면, 사업성 회복 없이는 공급 절벽은 더 심해지고 집값 불안도 반복될 것이다.

건설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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