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 대책의 맹점 (단기공급, 용도전환, 리스크)

정부가 발표한 '1·29 주택공급' 대책은 수도권 우수 입지에 약 6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용산구 일대 1만3501가구, 과천시 일대 9800가구 등 노른자 땅에 대규모 주택 공급을 예고했지만, 대부분 2030년이 되어야 착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실성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최원철 연세대 미래부동산개발 최고위과정 책임교수는 이러한 장기 대책보다 상가, 오피스, 지식산업센터 등 공실 부동산의 주거 전환을 통한 단기 공급을 제안했으나, 이 방안 역시 건축법적 안전성과 투자자 확보 측면에서 심각한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9일 주택공급대책


10년 후 입주의 현실성과 단기공급 필요성

정부가 제시한 주택공급 대책은 판교 신도시의 2배, 여의도의 1.7배 규모라는 점에서 양적으로는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입주까지 10년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점은 현재 폭등하고 있는 강남 3구한강벨트 지역의 집값 문제를 전혀 해결할 수 없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서울 전세 물량은 이미 바닥났고, 월세 물량도 없어 전월세 모두 폭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2030년 이후의 공급 계획은 당장의 주거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최원철 교수가 제시한 단기 대책의 핵심은 온라인 시장 성장으로 증가한 상가 공실, B·C급 오피스의 공실, 공급 과잉으로 엄청난 규모의 공실이 존재하는 지식산업센터 등을 활용하자는 것입니다. 이미 생활형숙박시설은 주거용 오피스텔로 전환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되었으며, 미국 맨해튼 소호의 스튜디오처럼 주거, 오피스, 상가 등 필요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 전환의 사례도 존재합니다. 인공지능 등장으로 스마트 오피스 열풍이 불면서 오래된 오피스나 꼬마빌딩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러한 공실 부동산의 활용은 분명 매력적인 대안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론과 현실 사이에는 건너기 어려운 간극이 존재합니다.

건축법과 주택법의 괴리, 용도전환의 치명적 한계

오피스텔과 지식산업센터는 건축법에 근거하여 건축되며, 일반 아파트나 빌라 등은 주택법에 근거하여 건설됩니다. 이 두 법률 체계의 차이는 단순한 행정적 구분이 아니라, 안전기준주거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 방식의 차이를 의미합니다. 건축법 기준으로 지어진 건물을 주거용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소음, 채광, 환기, 방화, 피난 등 주거에 필수적인 안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욱이 현재 언론과 좌파 정부 인사들은 다주택자들을 마치 적폐 대상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설사 오피스텔이나 지식산업센터를 주거용으로 개조한다 해도, 과연 누가 그 물건을 소화해 낼 수 있을지 심각한 의문이 듭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다주택자 규제세금 부담으로 인해 투자를 꺼리고 있으며, 정부가 모두 매입해서 공공주택으로 활용하거나 민간기업임대로 리츠 등을 활용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주거 특성상 기업들도 민간 임대를 하기 꺼려 하는 게 현실입니다. 공유주거 방식으로 리모델링하거나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공유숙박인 호스텔로 전환하는 방안도 제시되었지만, 이는 주거 안정성과는 거리가 먼 임시방편에 불과합니다.

투자자 부재와 대지지분 문제, 일장춘몽의 리스크

최근 나오는 모건 스탠리 집주인과 같은 외국 유명 투자기업에 이러한 전환 물건을 넘겨주려 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오피스텔과 지식산업센터는 애초에 대지지분이 너무 적어 건물 노후화로 감가상각만 있을 뿐, 자산 증식의 목적을 가진 외국계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투자의 핵심 가치는 토지에 있는데, 대지지분이 미미한 건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프라임급 오피스나 A급 오피스와 달리 B·C급 오피스가 고전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위치, 시설, 건물 노후도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경쟁력을 잃은 건물을 주거용으로 전환한다고 해서 갑자기 매력적인 주거 공간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주거 환경으로서의 기본 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열악한 공간만 양산할 위험이 큽니다. 또한 분양가 상승 문제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10년 후 입주를 기다려야 하는 신규 공급 물량의 분양가는 현재보다 얼마나 오를지 예측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용도 전환 물량이라고 해서 저렴하게 공급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결국 이러한 제안은 표면적으로는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법적 안전성, 시장 수요, 투자자 확보, 자산 가치 등 다각도로 검토했을 때 실현 가능성이 극히 낮은 일장춘몽과 같은 소리에 불과합니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장기 주택공급 대책과 용도전환을 통한 단기 공급 방안 모두 현실적인 한계가 명확합니다. 10년 후를 기약하는 공급 계획은 당장의 전월세 폭등을 해결할 수 없으며, 건축법과 주택법의 괴리, 투자자 부재, 대지지분 부족 등의 문제로 오피스텔이나 지식산업센터의 주거 전환 역시 실효성이 의심됩니다. 진정한 주택 공급 대책은 실현 가능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갖춘 현실적 방안이어야 할 것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집 제발 사지 마세요' 10년 기다리면 됩니다...또 하세월 [부동산 산책] / 파이낸셜뉴스
https://n.news.naver.com/article/014/0005471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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