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 장기화 현실 (월세 급등, 민간 임대, 주거비 부담)
2026년 서울 임대차 시장이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강도 높은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이후 전세 물건이 급감하면서 월세 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민간 임대 활성화를 해법으로 제시하지만, 정부의 지속적인 다주택자 압박 정책으로 실질적 해결 가능성은 회의적입니다. 전세 제도의 종말과 월세 시대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전세 증발과 월세 급등의 악순환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1년 만에 26.6% 급감하며 2만1807건으로 축소되었습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의 집계에 따르면, 특히 서민 밀집 지역의 타격이 심각합니다. 성북구는 전세 물건이 87% 이상 급감했고, 관악구, 강동구, 동대문구, 은평구 역시 전세 물량이 씨가 마른 상태입니다.
전세 물건의 빈자리를 월세가 메우면서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03.45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평균 월세는 약 147만원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4인 가구 중위소득의 25%에 육박하는 금액입니다. 한 달 치열하게 일해 번 돈의 4분의 1이 허공으로 사라지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보증금 1억원을 넘게 내고도 월세를 따로 내는 '준월세' 비중이 55%를 넘었다는 점입니다. 전세와 월세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세입자들은 보증금과 월세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이중 부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송파구 K공인 대표는 "전세가 사라진 자리를 고액 월세가 채웠다. 세입자에겐 사실상 주거 지옥문이 열린 셈"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최근에는 강남권 단지에서 방 한 칸을 떼어 보증금 3000만원, 월세 140만원에 세 놓는 '방 쪼개기 동거형 임대'까지 등장했습니다. 수요자의 자금 부담과 임대인의 수익 추구가 맞물리며 기형적인 임대 형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전·월세 수요는 정책으로 막기 어려운 필수 주거 수요이기 때문에,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가격 상승은 불가피한 현실입니다.
민간 임대 부활의 딜레마와 정책 실패
중앙SUNDAY가 학계 및 연구기관 등 부동산 전문가 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서, 가장 시급한 대책으로 '등록 민간임대 활성화'가 33%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기금 지원을 통한 민간임대주택 확대'가 19%, '비아파트 활성화'가 17%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윤형석 광운대 건설법무대학원 교수는 "서민 주거비 부담을 낮추려면 민간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합리화하고, 장기 전세 물량을 공급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 역시 "주거비 부담에 내몰린 서민들이 서울 중저가 지역이나 수도권 매매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며 공급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문가들의 제안은 현실과 괴리가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를 시작으로 문재인 정부, 이재명 정부까지 다주택자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지속되어 왔습니다. 윤석열 정부 역시 보증보험 강화를 통해 다주택자들을 압박하는 무리수를 두었습니다. 이로 인해 다주택자들은 저가 주택을 매도하고 똘똘한 한 채로 집중하는 현상이 급속히 퍼졌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고가 전세금에 대해 DSR 규제를 두겠다고 발표하면서 전세 수요자들마저 압박하고 있습니다. 대출 규제와 세금 규제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다주택자들은 하나같이 부동산 시장을 떠나고 있습니다. 특정 부동산 유튜브 방송의 채팅 참여자들 중 상당수는 "다시는 정부의 세제 혜택에 속지 않을 것이며 죽어도 다주택자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이는 정부와 언론이 다주택자를 적폐로 몰아붙인 결과입니다. 단순히 세제 혜택만으로는 한번 떠난 민간 임대 공급자들을 다시 시장으로 불러들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주거비 부담 증가와 매매 시장 자극 가능성
전문가들은 전세난이 심화될 경우 무주택자의 이동 경로를 묻는 질문에 55%가 '매매시장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월세로 이동'은 39%, '지역 이동'은 6%에 그쳤습니다. 이는 2026년 서울 부동산 시장이 전세·월세·매매가 모두 동반 상승하는 '트리플 상승'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권대중 한성대 교수는 "공급은 없는데 규제만 남은 시장이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이 고통은 상당 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 설문에서 전세난 해소 시점에 대해 65%가 "알 수 없다(장기화)"고 답했으며, '3년 이내'라고 답한 이는 19%에 불과했습니다.
신현강 부와지식의배움터 대표는 "전세난은 이미 진행형"이라며 "밀려난 서민 수요가 향할 중저가 아파트나 비아파트를 선점하려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포착된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오피스텔에 이어 빌라를 중심으로 선매입과 단타 거래가 늘고 있습니다. 전세난이 의도치 않게 매매 시장을 자극하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수도권에 국한됐던 전셋값 상승은 올해 일부 지방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양도세 중과가 부활하면 매물이 잠기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전세 물건 감소로 이어진다"며 "특정 지역 집값을 잡으려다 임대차 시장 전체를 태우는 교각살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과거 전세난이 심화했던 시기에도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전세대출 지원이 병행됐지만 시장 불안을 근본적으로 잠재우는 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정책의 무게 중심은 담보대출비율(LTV) 완화 등 매매 시장 부양으로 옮겨갔습니다. 전세 품귀 → 월세 급등 → 주거비 부담 확대 → 매매 수요 유입이라는 연쇄 불안이 다시 시작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해법이 이론적으로는 타당하지만, 과거와 같이 전세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은 이제 거의 없습니다. 정부의 막가파식 정책 추진으로 전세 제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크며,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주거비를 자랑하던 시절도 뒷안길로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이제는 월세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출처]
중앙SUNDAY 기사: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500284